10년 전쯤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터키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터키 내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비싼 패키지가 아니라 버스로 이동하는 상품이었습니다. 7박9일 일정의 비슷한 여행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두 배 이상 가격 차가 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버스로 이동하는 일정은 그야말로 빡셌습니다. 덕분에 터키 땅이 넓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습니다. 특히 이동시간이 길었던 날, 여행인지 고행인지 모를 버스 고문에 시달리면서 차창 밖을 보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산비탈에서부터 내려온 올리브나무 숲이 끝도 없이
‘현망진창/ 덕질과 같은 취미생활로 인해 현실인생 엉망진창 가즈아~ 적당한 덕질은 현생을 윤택하게 하지만 과한 덕질은 현생을 망칩니다. 뭐든 적당히!’‘무민세대/ 없을 무(無)+mean+세대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가치 없는 것들에 대해 눈길을 돌리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끝없는 경쟁 속에 지친 그들이 의미가 없어도 상관없으니 홀가분해지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안쓰러워 보이나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럽기도 하다.’10~20대를 위한 온라인 사전 플랫폼 ‘미닛’(http://meanit.me)에 올라와 있는 단어 풀이다. 미닛은 위키백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카투니스트 임익종. 본명은 낯설지만, 필명 ‘이크종’은 유명하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2만8000명이 넘는다. 연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설회사에 취업했으나 100일 만에 뛰쳐나와 백수를 지향하는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다. 그의 대표 만화 캐릭터는 헝클어진 머리에 ‘빤스’만 걸친 익살맨. 그래서 실제로도 팬티만 입고 산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정우성 기자. 경향신문 공채로 입사해 레이디경향, GQ, 에스콰이어에서 피처팀 기자를 거쳤다. 자동차 전문 기자로 페라리, BMW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는 등 잡지 기자 1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2호선 합정역에 가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식당이 있다. 가게 이름은 ‘왈이의 아침식땅’. 광화문역이 1호점, 합정역이 2호점이다. 식당은 18인치 캐리어가 겨우 들어갈 만한 크기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식당의 메뉴는 특별하다. 위장보다 마음을 채워주는 메뉴들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엔 한정판 메뉴가 손님을 기다린다. 선착순 5명, 가격은 공짜. 식당 위치가 어디냐고?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으로 가면 된다. 식당 문을 여는 비밀번호? 기사를 읽으면 알 수 있다.‘왈이의 아침식땅’을 만든 이들은 20대 여성 3명이
서울에서 외신기자들이 최근 많이 찾는 곳은?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외신기자클럽보다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한 건물에서 외신기자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러시아 국영TV도, 알자지라TV도, BBC도 북핵문제 등 국내 이슈가 터질 때면 이곳을 찾는다. 영문 온라인미디어 코리아 엑스포제(www.koreaexpose.com) 사무실이다.지난 2월 2일 코리아 엑스포제를 찾은 날도 외신기자들로 북적였다. 코리아 엑스포제 구세웅(37) 대표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기존의 영자신문이 한국 뉴스 번역에 그쳤다면, 코리아 엑스포제는 직접 기획·취재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근의 공식처럼 정해진 것이 아니야.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비교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진보와 보수의 상대성이라고 하는 거야. 완전 쉽게 설명해줄게. 반팔이 진보고 긴팔이 보수야. 그런데 민소매가 나타났어. 그럼 민소매 입장에서 진보는 뭐야? 보수가 되겠지. 좀 더 간지 나게 설명하면 중도보수. 그럼 반팔이 좋은 옷이야? 긴팔이 좋은 옷이야? 그런 게 어딨어. 계절이 계속 바뀌는데.”10대에게 뉴스 읽어주는 미디어 스타트업 ‘쥐픽쳐스’(국범근 대표)의 ‘이슈먹방’에 올라온 영상이다.
“과거 행복을 위해 만들어졌던 레일이 지금 이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가 그 레일을 부숴야 한다. 좀 더 자유로운 일본을 만들기 위해.”‘포스트 아베’로 부상한 고이즈미 신지로(37)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과 젊은 의원 20여명이 일본의 다음 100년을 위한 전략을 내놓았다. 이들이 ‘레일로부터의 해방’을 외치고 나선 것은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로는 저출산·초고령사회의 일본을 더 이상 이끌고 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인생 100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저출산 해결이 우선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사회 전체가 육아·보육
교만했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은 당연했다. 그러니 감사할 줄도 몰랐다. 2000년 5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만 해도 암은 사형선고에 가까웠다. 죽음 앞에 서고 보니 아침에 눈을 떠서 양치질하는 것도 고마웠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해도 건강하니 다행이다 싶고, 한쪽 가슴을 절제한 것도 사지 절단보다 낫다 싶었다. 매사가 감사할 일이었다. ‘고개만 돌리면 극락이다.’ 이 문구를 침대 머리맡에 붙여놓고 마음을 다스렸다. 주문을 외듯 모든 일상에 적용했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만들었다. 색소폰과 기타 배우
[image1]미중전쟁 1·2김진명. 쌤앤파커스. 각권 1만3800원북한 풍계리에 수소폭탄이 터지자 백악관 워룸에 빨간불이 켜졌다. 과연 트럼프는 북한을 선제타격할 것인가. 미·중·러·일의 야심을 전쟁 시나리오에 대입해 낱낱이 까발렸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다는 작가의 북핵 해법이 공개된다. 전쟁 장사꾼들의 ‘워 게임’은 이미 시작됐다.[image2]질문하는 독서법임재성. 평단. 1만5000원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 삶은 왜 바뀐 것이 없을까? 바로 ‘왜?’라는 질문 없이 그저 열심히 책만 읽었기 때문이다. 6년
112.64t. 섬 하나를 살리기 위해 버린 폐기물 양이다. 인도 가운데를 차지한 나무벤치, 정체를 알 수 없는 조형물, 아무도 읽지 않는 안내표지판, 끈 풀다 숨 넘어갈 것 같은 구명튜브 보관함, 마대자루 너덜거리는 분리수거대, 시선을 가로막는 나무난간…. 하루 두 번 물길이 허락해야 열리는 섬, 경기도 화성시 제부도의 1년 전 모습이다.상인들의 호객행위, 난개발, 불법 펜션 영업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관광객 발길이 주춤해지면서 제부도는 ‘죽어가는 섬’이 돼가고 있었다. 제부도를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비우기였다. 안내판 8
역대 국내 미술전시회 사상 가장 비싼 보험료를 낸 전시는? 2015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마크 로스코 전시이다. 보험사가 산출한 작품 평가액은 2조5000억원. 보험평가액이 비싸다는 말은 그만큼 작품값이 비싸다는 말이다. 매년 최고가 기록 경신이 이어지는 미술경매 시장에서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작품 ‘넘버 6’는 2100억여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품 ‘톱 5’에 들어 있다.두 번째로 보험가액이 비싼 전시는? 오는 12월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현대조각의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
지난 11월 2일 다큐멘터리영화 ‘올드마린보이’가 전국 70여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맞았다. 그리고 2주째 ‘올드마린보이’는 스크린에서 하나둘 내려지고 있다. 흥행 참패다. 다큐영화가 관객 1만명을 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 그렇지만 진모영(47) 감독의 영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전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는 800개가 넘는 스크린에 올라 관객 480만여명을 불러모았다. 역대 다큐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하며 그해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그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3년
1391년 4월,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방산사기장 심룡(沈龍)은 극비리에 백자 네 점을 빚었다. 방산에서 나는 백토로 만든 사발 모양의 백자들이었다. 심룡은 백자에 특별한 염원을 담은 발원문을 새겼다. ‘대명 홍무 24년 신미 4월 일에 소원을 빕니다’로 시작하는 발원문이었다. 만일 그 내용이 알려지는 날에는 삼족을 멸할 일이었다.조선 건국 1년4개월 전의 일이다. 사발 두 개에 173자와, 83자로 음각한 발원문은 이성계와 그의 추종자 1만명이 ‘새로운 미륵세상’을 기원한다는 내용이다. 심룡은 한 개의 그릇 바닥굽에 ‘신미년4월일
엘레노르 몰포(Helenor Morpho),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비로 꼽힌다. 신비한 푸른빛을 자랑하는 엘레노르 한 마리가 중남미 국가 파나마에서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로 날아왔다. 파나마는 나비의 나라이다. 파나마의 상징인 나비가 먼 길을 날아온 데는 사연이 있다. 실제 나비는 아니고 나비를 형상화한 3m 높이의 조각작품 ‘엘레노르’이다. 파나마의 여류작가 가브리엘라 바티스타(Gabriela Batista)의 작품인 ‘엘레노르’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곤충관 앞에 세워졌다. 지난 10월 19일 가브리엘라 바티스타 작가가
가위찰, 각씨나, 까투리찰, 금나, 나미, 단두나, 녹두고, 다백조, 달골못, 구천조, 다다조, 대궐도, 앉은뱅이, 불도, 북흑조, 흑갱, 자치나, 올못개…. 생소한 단어들의 정체는 수천 년 동안 우리 땅이 키운 토종벼 품종의 이름이다. 1914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서 조사된 토종벼 품종은 1451종에 달했다. 그 많던 토종쌀이 현재는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image1]먹는 게 예술이다, 쌀토종벼는 근현대사에 희생된 비운의 주인공이다. 당시 한반도에서 멸종위기에 있는 토종벼가 갤러리에서 부활했다.
2000년 가을, 한양대 건축학과 92학번 동기모임 때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무너진 건축 경기의 후유증은 모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건축이 더 이상 평생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현실에 다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모임의 화두는 ‘건축이 아니면 뭘 하고 살 것인가’였다.“10년 넘는 건축 프로젝트 말고 고객 반응을 바로 느낄 수 있는 일은 없을까?”“건축 인테리어는 어때?” “온라인에서 홈데코 상품을 팔아 보자!”두서없는 이야기가 오가고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동기생 남자 넷에 여자 한 명이 모였다. 다섯 명 모두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인근은 인파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한다. ‘불금’은 특히 그렇다. 지난 9월 15일, 11번 출구를 나오자 퇴근시간 전인데도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 서울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대로지만, 불과 1~2분 거리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전혀 다른 세상이 나타났다. 몇 걸음 밖 소음과는 동떨어진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 대지 560여㎡(170여평)에 달하는 큰 주택이 있다. 붉은 벽돌의 2층 주택에는 넓은 정원이 있다. 정원에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져 있고 그 사이로 자두나무,
긴 복도, 흰 벽, 네모 반듯한 판박이 교실.어른들의 공간은 다양하게 발전하는데, 왜 학교는 그대로일까? 모든 것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분필 대신 전자칠판이 등장하고 시스템에어컨 등 학교 시설은 좋아졌지만 공간의 구성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오랜만에 찾아간 학교가 낯설면서도 낯익은 이유이다. 교육혁신을 부르짖으면서 정작 혁신을 만들어낼 공간에 대한 질문은 그동안 없었다. 이 질문을 화두로 지난 1년여간 특별한 실험이 이뤄졌다.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대표 엄윤미)의 ‘공간을 공감하다’ 프로젝트이다. 씨프로그램은 ‘다
독일 쾰른 성 베드로 성당은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쿤스트 스타치온(Kunst-Station), 예술정거장이라는 뜻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아니쉬 카푸어, 신디 셔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수시로 음악회가 열린다. 의자도 평소엔 치워놓는다.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성당에 들어서면 텅 빈 공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흰 돌로 만들어진 제대이다. 어느 성당에서나 볼 수 있는 반듯한 제대가 아니라 추상 조각 같다. 현대조각의 거장으로 불리는 에두아르도 칠리다(1924~2002)의 작품이다.미사 때마다 이 제대에 올
말렛(마림바를 연주하는 스틱)을 쥔 손이 현란하게 움직인다. 두 개의 말렛이 나무 건반을 두드리고 지나가자 공명관을 통해 투명하고 맑은 소리가 울려퍼진다. 말렛과 손이 마치 하나처럼 움직인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속도가 빠르고 강렬한 곡이다. 마치 건반 위를 벌떼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지난 9월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근처 연습실, 마림바 연주자인 전경호(29)씨를 만났다. 오는 9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독주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독주회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림비스트로서 본격적인